한 아이가 무인점포에서 간식을 고른 뒤 계산대로 향합니다. 바코드를 찍고 지갑에서 동전을 꺼내 세어보다 갑자기 멈칫, CCTV를 정면으로 올려다보곤 다시 동전을 그러쥡니다. 이런 아이의 행동을 주의깊게 살펴본 사람이 있었는데요.
대전광역시 중구 대흥동에서 무인점포를 운영하는 사장님은 지난 6월 1일 점포 내 CCTV 영상을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아이 행동이 조금 이상해서 주의깊게 살펴보는 중이었더랬죠. 사실 사장님은 한 달 전 일어난 절도 사건으로 상심에 빠져있었고, 그래서 이번엔 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걱정스러웠던 겁니다.
영상 속 아이는 간식을 골라들고 셀프계산대에 가더니 바코드를 찍고는,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들고 동전을 세기 시작합니다. 하나, 둘, 셋. 아이는 900원을 챙겨 키오스크 뒤편에 놓았다가 갑자기 위쪽의 CCTV를 바라보더니, 놓았던 동전들을 다시 챙겨 양손에 쥐고는 CCTV에 잘 보이도록 손을 뻗어 양손에 든 동전을 흔들기 시작합니다. 그러고 나선 다시 키오스크 뒤편에 동전을 놓더니, 이번엔 CCTV를 향해 빈 손을 흔들어보입니다.
아이의 행동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가방에서 메모지와 연필을 꺼내고는, 한참을 무언가 꾹꾹 눌러쓰더니, 쪽지를 동전 위에 올려놓고서야 비로소 편의점을 떠납니다.
사장님은 곧장 점포로 가서 키오스크 뒤편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아이가 두고간 동전과 함께 작은 쪽지를 발견하죠. 쪽지엔 ‘편의점 주인 아저씨, 아주머니 동전 넣을 곳이 없어서 옆에다 9백원 두고 갈게요. 죄송합니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얼마 전 절도 사건으로 키오스크 동전통이 고장난 상태였거든요.
연필로 꾹꾹 눌러씬 메모를 보고 사장님은 순간 울컥,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절도 사건 이후 ‘이런 장사를 내가 왜 시작했나’ 자괴감마저 들었다는 사장님. 아이의 행동을 보고 크게 위로를 받았다고 해요.
수소문 끝에 영상 속 아이가 대전대흥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 이하율군이라는 걸 확인하고, 사장님은 선물을 전달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는데 하율이 부모님이 정중히 사양했습니다. 마음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다고요. 하율이 반응도 참 의젓합니다.
대전대흥초등학교 5학년 이하율 어머니
"잘했다고 했더니 오히려 고맙게 여겨주시는 사장님한테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얘기하더라고요"
하율이 어머니는 그날 작은 화분을 하나 사서 하율이에게 건넸고, 하율이는 그 화분에 ‘사장님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라고 쓴 작은 손팻말을 꽂아 무인점포에 갖다 놨습니다.
이걸 본 사장님은 며칠 뒤 하율이네 반 친구들과 교무실에 아이스크림을 선물했습니다. 하율이가 이렇게 기특한 아이로 성장한 데는 부모님뿐만 아니라 형 영향도 크다고 합니다.
대전대흥초등학교 5학년 이하율 군
"형이 저나 다른 사람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잘 도와주는 편이어서 형처럼 해야 되겠다고 평소에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올해 중학교 1학년인 형 하준이는 일하는 엄마 대신 동생 하율이의 하교를 챙기는 것은 기본이고,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라고 용돈을 주면 동생 것만 사고 나머지 돈으로는 음료수를 사서 경비아저씨에게 드리곤 했다고 해요.
학교에서 봉사하는 어르신에게 감사 편지를 써서 이런 답장을 받기도 했죠. 반듯한 형과 그런 형을 쏙 빼닮은 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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